[탐방-원주 세인교회] “시민 10%에 복음 전하자” 무한도전

2011/08/05 19:00


세계를 품고 싶었다. 그래서 교회 이름도 ‘세계를 품는 그리스도인’이란 뜻의 세인으로 지었다. 하지만 보내는 선교사가 되기로 했다. 선교지 같은 목회지를 찾다가 1997년 11월 강원도 원주의 어둑한 지하실에 교회를 개척했다. 비만 오면 물이 고여 물 퍼내기가 여름철 일과였다. 하지만 세인교회는 더 이상 지하 교회가 아니다. 원주시 단구동에 제법 큼지막한 예배당을 가진 중형 교회다. 성도수도 700여명에 이른다. 얼마든지 편안한 목회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지만 접었다. 지금은 대대적인 전도와 미션스쿨에 도전하고 있다. 황규엽(51) 목사의 ‘무한도전’은 그칠 줄 모른다.

“지난해 초 하용조 목사님이 인도하는 집회에 아내가 참석했었습니다. 하 목사님이 그러시더랍니다. 50이 넘으면 절대 일을 벌이지 말라고. 그 말에 공감하지만 워낙 일을 벌여온 인생이다 보니 쉽게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네요.”

황 목사는 지금까지 안식년 한 번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러자 2년 전엔 교인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교회 전체의 안식을 선포한 것이다. 이대로 계속 가면 담임목사가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도나 평신도 강의 프로그램은 없앴다. 오직 예배에만 집중하게 했다. 2∼3개월 해 보니 황 목사에게 안식은커녕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지난해 새해가 밝기도 전에 황 목사는 대대적인 전도의 해를 선포했다. 아예 목표까지 제시했다. 원주시 전체 인구의 10%인 3만1000명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다. 교인들은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다. 스스로 전도책자 4영리를 한 장으로 요약해 전하기도 하고, 아이스크림까지 사서 나눠 주며 복음을 전했다. 이렇게 해서 복음을 접한 원주시민은 지난 한 해만 1만8267명이었다.

황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선교를 전공했다. 선교사로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록 국내에서 목회하고 있지만 그는 선교 지향적 목회를 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 1년 두 차례에 걸쳐 꼭 해외 선교지도 탐방한다. 매년 가을엔 평신도 선교대학을 오픈한다. 한국대학생선교회와 함께 미전도종족 복음화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를 향한 그의 발걸음은 매우 분주하다.

황 목사는 최근 주일예배를 인도하다가 당황스러운 장면을 맞닥뜨렸다. 한 성도가 대표 기도를 하면서 “우리 목사님이 변질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성도의 저의를 의심했지만 곧 감사하게 됐다. 담임목사에 대한 사랑이 짙게 배어 있었던 것이다. 그 조그만 사건은 황 목사에게 엄청난 도전이 됐다. ‘담임목사도 빗나갈 수 있구나. 담임목사가 병들지 않으려면 성도들의 책임이 크구나.’ 이후로 황 목사는 수시로 성도들에게 당부했다. “제가 변질되지 않도록 잘 견제해 주십시오.”

이귀자(50) 사모의 ‘야당’ 역할도 황 목사의 변질을 막는 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황 목사는 “이런저런 잔소리보다 목회자 매너 등에 대한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태도를 바꾸게 했다”며 “지난 14년간 대과없이 목회를 해올 수 있었던 이유”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깨어있는 성도, 바른 말을 하는 사모의 ‘도전’이 담임목회자를 올바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황 목사는 요즘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미션스쿨 설립이다. 현재 원주에는 미션스쿨이 전무한 상태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기왕이면 세인교회가 하고 싶은 게 황 목사를 비롯한 교인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사학 비리가 끊이질 않고, 학생수마저 줄다 보니 해당 관청에서 허가를 잘 내주지 않고 있다. ‘시골 교회가 너무 무모한 일을 저지르는 것 아닌가’라는 자조 섞인 질문도 던져 봤지만 결론은 ‘못할 것도 없다’였다. 황 목사는 요즘 답사, 부지 물색으로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